[카테고리:] 마음 사용설명서

  • “팀장님, 이거 오늘까지 해놔야할거같아서 초과 좀 올려도 될까요?” 팀장이 말했다. “내일 하십쇼.” 딱 그 한 문장. 그 말이 내 하루를 접어버렸다. 나는 월급루팡이 아니다. 병가로 자리를 비웠던 시간만큼, 힘들어서 그만 두려고도 했지만 이 왕이면 더 잘해보려고 했다.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잡고, “이제 다시 해보자” 같은 다짐을 여러 번 꺼내 들었다. 매일매일 하루일과 안에 일을 처리하려고했다…

  • 호의라는 이름의 덫, 나는 오늘 도망치기로 했다

    심장이 흉곽을 뚫고 나올 것처럼 벌렁거린다. 식은땀이 흐르고 시야가 흐릿하다. 조금 전 급하게 삼킨 공황장애 약은 아직 내 혈관에 닿지 못한 걸까. 아니면, 약으로도 누를 수 없는 거대한 억울함이 내 몸을 집어삼킨 걸까. 사무실 모니터 위로 멍한 시선을 던진 채,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오늘의 비극을 기록한다. “밥 먹고 와.” 결혼식에 참석하려던 내 등을 떠밀며 팀장님이…

  • 복직 첫날, 나는 그들의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가 고등학교가 되어 있었다 복직 첫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공기가 달랐다. “오랜만이야, 몸은 좀 어때?”라는 따뜻한 인사 대신, 여직원들은 무리 지어 무언가 속삭이며 웃고 있었다. 내 옆자리였던 친한 동료는 어느새 저 멀리 자리를 옮겨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눈인사를 건넸지만, 그녀는 내 시선을 황급히 피했다. 그때는 몰랐다. 점심시간, 복도를 지나다 우연히 휴게실 앞을 지나기 전까지는.…

  •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안 되는 사람은 있었다 한때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푹 빠져 지냈던 적이 있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약 6개월간은 정말 미친 척하고 그 원칙들을 회사에서 실천했었다. 먼저 인정하고 제안하기, 거절할 땐 이유와 대안 제시하기, 논쟁을 피하며 질문으로 대화하기. 분명히 효과는 있었다. 그토록 권위적이던 상사는 내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었고, 일을 떠넘기던 동료는 미리 양해를 구하며 일정을…

  • “일은 할 만한데 사람이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일은 할 만한데, 사람이 너무 힘들어요.” 작년 이맘때쯤, 나는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했다. 일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맡은 프로젝트는 꽤 재미있었고 업무 강도도 버틸 만했다. 그런데 매일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 때문이었다. 내 의견은 듣지도 않고 무시하는 까다로운 상사, 틈만 나면 은근슬쩍 자기 일을 미루는 옆자리 동료, 회의 때마다 공격적인 말로 사람을 위축시키는…

  • “난 너를 믿는다”는 말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

    “난 너를 믿는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걸 다 놓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일이 너무 어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이 넓은 회사에서 진심으로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흔들린다. 요즘 ‘신인 감독 김연경’의 이야기를 보며 이상하게 마음이 오래…

  • 고통 없이 진화는 없다지만, 모든 고통이 우리를 키우는 건 아니다

    “고통 없이 인간은 진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즐겨라.” 며칠 전 뉴스에서 이 문장을 봤다. 어느 재벌가의 장남이 해군 장교로 임관하며 내세운 좌우명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가만히 있어도 편안한 삶이 보장되었을 텐데, 굳이 시민권을 포기하고 39개월의 군 복무를 선택하며 남긴 말이었다. 댓글창에는 대단하다는 칭찬과 가진 자의 여유라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역시 처음엔 살짝 심술이…

  • 회사에 친구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회사 다니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일이 유독 버거운 날도 있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진짜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업무가 아니라 사람인 날이 더 많다. 사회생활 초반에는 나도 굳게 믿었다. 회사에서도 마음 터놓을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같이 밥을 먹고, 퇴근 후에 술잔을 기울이고, 내 속사정을 털어놓고, 그 사람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그래야만 내가 이 조직에 잘…

  • 마음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날에는

    “아, 이제는 진짜 좀 무너질 것 같다.” 가끔 예고도 없이 그런 날이 찾아온다.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숨이 자꾸 가빠지고, 감당해야 할 일상 전체가 거대한 파도처럼 한꺼번에 나를 덮쳐오는 느낌이 드는 날. 예전의 나는 그럴수록 더 버티려는 쪽을 택했다. 억지로 책상 앞에 다시 앉고, 흩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이럴 때일수록 정신 차려야지”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런데…

  • 무너질 배에 끝까지 남아있을 필요는 없다(4부)

    여길 얼마나 더 다녀도 될까. 아니면 이제 슬슬 플랜 B를 준비해야 할까. 회사에 있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날이 있다. 연봉이나 복지 같은 조건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을 붙잡는 건 그 조직만이 가진 공기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래도 가서 같이 버틸 사람들이 있다”는 안도감이 드는지, 아니면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방어하며 버티지”라는 막막함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