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친구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회사 다니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일이 유독 버거운 날도 있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진짜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업무가 아니라 사람인 날이 더 많다.

사회생활 초반에는 나도 굳게 믿었다. 회사에서도 마음 터놓을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같이 밥을 먹고, 퇴근 후에 술잔을 기울이고,

내 속사정을 털어놓고, 그 사람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그래야만 내가 이 조직에 잘 적응한 ‘정상적인 사회인’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꽤 애를 썼다. 단톡방에서는 억지로 분위기를 맞추며 웃었고,

피곤한 회식 자리도 웬만하면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하며 나는 혼자 속으로 이름 붙였다.

“우린 제법 친한 사이지”라고.

우리가 친구라 불렀던 사람은 사실 동료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시점이 온다.

내가 친구라고 믿었던 그 사람은 나를 철저히 ‘회사 동료’로만 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힘들다고 손을 내밀었을 때 업무적인 선에서만 딱 잘라 도와주거나,

퇴사하는 순간 연락이 뚝 끊기고,

회사라는 공통분모가 사라지자마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리는 경험들.

처음에는 그게 참 서운했다.

나만 너무 관계에 깊게 빠져 있었나 싶어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니 문제는 내 성격도, 그 사람의 매정함도 아니었다.

그저 회사라는 공간에서 학창 시절 같은 친구를 기대했던 내 마음의 기준이 문제였다.

회사는 목적을 위해 모인 곳이지, 동아리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회사는 각자의 생계와 이익을 위해 모인 목적 집단이다.

친목을 다지기 위해 모인 동아리가 아니다.

이 차갑지만 명확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비로소 새로운 기준이 세워졌다.

회사에서는 “죽고 못 사는 친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서로 예의를 지키며 문제없이 일하는 동료”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직장 동료는 난로 같은 존재다

직장 동료는 난로와 같다는 말이 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데이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춥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존재.

나는 이제 그 ‘적당함’을 지키려 노력한다.

점심시간에 웃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면 충분하다.

굳이 내 깊은 집안사나 연애사, 감춰둔 상처까지 다 꺼내 보일 필요는 없다.

굳이 적을 만들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될 필요도 없다.

그 적당한 거리가 오히려 서로를 보호해 준다.

완벽한 관계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을 때

“친구가 없어 보이는 게 두려워서”, “소외된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 억지로 관계를 붙들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곳에 쓸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

일하고, 눈치 보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하루치 에너지를 다 썼다.

여기에 ‘완벽한 인간관계’까지 챙기려 들면, 퇴근 후 진짜 내 삶을 돌볼 힘은 탕진되고 만다.

회사에서의 관계에 힘을 뺄수록, 회사 밖의 ‘나’는 더 단단해진다.

남을 사람은 남는다, 시절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물론 예외는 있다. 같이 일하다가 정말 결이 잘 맞고,

회사를 떠나서도 계속 연락하게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은 내가 애쓰지 않아도 ‘시절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남는다.

이건 처음부터 작정하고 “친구를 만들어야지”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다 보니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이다.

스쳐갈 사람은 스쳐가고, 남을 사람은 결국 남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는 내 몫의 일을 다하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적만 만들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 한두 명과 가끔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

설령 그런 사람이 없다 해도 괜찮다고.

나의 남은 에너지는 회사 밖의 나를 위해,

그리고 진짜 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남겨두는 게 낫다.

그게 결국 직장 생활을 조금 더 오래, 덜 다치고 버티는 방법임을 이제는 안다.

회사에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

그 대신 회사 밖의 나를 챙길 여유가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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