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흉곽을 뚫고 나올 것처럼 벌렁거린다.
식은땀이 흐르고 시야가 흐릿하다.
조금 전 급하게 삼킨 공황장애 약은 아직 내 혈관에 닿지 못한 걸까.
아니면, 약으로도 누를 수 없는 거대한 억울함이 내 몸을 집어삼킨 걸까.
사무실 모니터 위로 멍한 시선을 던진 채, 나는 떨리는 손으로 오늘의 비극을 기록한다.
“밥 먹고 와.”
결혼식에 참석하려던 내 등을 떠밀며 팀장님이 던진 그 한마디.
나는 바보같이 그 말을 ‘호의’라 믿었다.
30분만 얼굴을 비추고 오려던 계획을 수정해,
동료들과 밥을 먹고 사진을 찍었다.
늦게 복귀해도 괜찮다는 허락인 줄 알았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쿠키까지 샀다.
하지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나에게 날아온 건,
따뜻한 환대가 아닌 날 선 비수였다.
“저 지금 무시 한거에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밥 먹고 오라는 지시를 따른 것이,
그에게는 자신을 무시하고 맘대로 늦게 온 하극상이 되어 있었다.
1시간 30분의 외출. 그게 내 죄목이었다.
내 책상 위에 놓인 쿠키가 처량해 보였다.
내가 눈치가 없었던 걸까? 자책감이 밀려오던 찰나,
차가운 분노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나는 무시를 한 게 아니다. 변덕스러운 기분의 덫에 걸린 것이다.
그리고 진짜 코미디는 그 직후에 시작졌다.
나에게 불호령을 내린 그는, 퇴사한 직원이 찾아왔다며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지금 시계를 보니 그가 자리를 비운 지 1시간 30분이 넘어가고 있다.
내가 밥 먹고 온 1시간 30분은 ‘무시’이고,
그가 수다 떨러 나간 1시간 30분은 ‘업무’인가?
텅 빈 그의 자리를 보고 있자니, 억지로 붙잡고 있던
마지막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자신의 기준은 한없이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숨 쉴 구멍조차 주지 않는 폭력.
숨이 턱턱 막혀오는 이 증상은,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경고다.
“도망쳐. 여기서 더 버티면, 너는 정말로 망가져.”
나는 직장에 잘 적응하고 다니며 사는 인생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다시 한번 더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런 상사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맷집을 키우는 건 성공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그저 내 영혼을 갉아먹는 자해일 뿐이다.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팀장의 빈자리를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사직서를 쓴다.
오늘의 이 숨 막히는 공포, 억울함, 그리고 떨림. 기억하고 벗어나자..
이것은 훗날 내가 성공했을 때, “그때 그 진흙탕에서 빠져나오길 정말 잘했다”고
회상할 탈출의 시그널 중에서 강력한 그것 들중에 하나이다.
약 기운이 돌기를 기다리며 나는 다짐한다.
나는 맷집 좋은 부하직원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를 지킬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나를 위해 울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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