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할 만한데 사람이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일은 할 만한데, 사람이 너무 힘들어요.”

작년 이맘때쯤, 나는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했다.

일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맡은 프로젝트는 꽤 재미있었고 업무 강도도 버틸 만했다.

그런데 매일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람 때문이었다.

내 의견은 듣지도 않고 무시하는 까다로운 상사,

틈만 나면 은근슬쩍 자기 일을 미루는 옆자리 동료,

회의 때마다 공격적인 말로 사람을 위축시키는 선배.

이러다 내가 먼저 무너지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때 군 시절 읽었던 낡은 책 한 권이 떠올랐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었다.

1936년에 쓰인 책이라 고리타분할 줄 알았는데,

다시 펼친 첫 페이지부터 마치 지금 내 상황을 보고 쓴 것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어 한다.”

이 한 문장이 꽉 막혀 있던 내 회사 생활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 방법이 틀렸다

책을 읽으며 뼈아프게 깨달은 건,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늘 똑같았다는 사실이다.

상사가 내 말을 무시하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며 정면으로 맞섰고,

동료가 일을 떠넘기면 억지로 받으면서 속으로만 삭였고,

선배가 지적하면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며 주눅 들어 있었다.

나는 내심 그들이 바뀌길 바랐다.

상사가 내 말을 들어주길, 동료가 양심을 찾길, 선배가 좀 너그러워지길.

하지만 그들은 바뀌지 않았다.

카네기는 말했다. “사람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대응은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바꾸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내가 그들에게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는 실험을 시작했다.

권위적인 상사와의 첫 번째 실험

가장 먼저 바꾼 건 ‘내 말이 곧 정답’인 팀장님과의 대화였다.

예전엔 억울해서라도 내 의견을 관철하려 들었지만, 이번엔 전략을 바꿨다.

논쟁을 피하고 먼저 그의 중요성을 인정해 주기로 한 것이다.

팀장이 비효율적인 방식을 고집할 때, 나는 반박 대신 이렇게 말했다.

“팀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방법도 좋고요.

다만 한 가지를 보완하면 팀장님 의도대로 결과가 더 잘 나올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떨까요?”

먼저 인정하고, 그다음에 제안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늘 내 말을 자르던 팀장이 끝까지 귀를 기울였다.

“그것도 괜찮네.” 그날 나는 깨달았다.

팀장이 변한 게 아니었다. 내 접근 방식이 달라지니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무례한 동료에게 우아하게 선 긋기

다음은 습관적으로 일을 떠넘기는 옆자리 동료였다.

“바쁘지 않으면 이것 좀 부탁해”라는 말에 늘 거절 못 하고 끙끙 앓았지만,

카네기의 조언대로 내 경계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무조건적인 “Yes”도, 감정적인 “No”도 아니었다.

“도와드리고 싶은데 지금 제 마감이 내일이라 지금은 어렵네요.

대신 금요일 오후라면 30분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는데,

그때 봐드려도 될까요?”

거절하되 이유를 명확히 하고, 내가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다.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동료는 오히려 내 상황을 이해했고,

“그럼 금요일에 부탁할게”라며 내 시간을 존중하기 시작했다.

관계도 지키고, 내 일도 지킬 수 있었다.

까다로운 선배를 내 편으로 만들기

가장 힘들었던 건 매사에 지적만 하던 선배였다.

예전엔 “죄송합니다”라며 피하기 바빴지만,

이번엔 그를 나의 ‘멘토’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람은 누구나 가르치고 싶어 한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선배님, 제가 이 부분을 자꾸 놓치는데 선배님은 어떻게 체크하시나요?

배우고 싶습니다.”

선배를 ‘나를 비난하는 사람’에서 ‘나를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의 위치로 올려놓았다.

며칠 뒤 그가 알려준 팁으로 일을 처리하고 다시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날 이후 선배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날 선 지적은 애정 어린 조언으로 바뀌었고,

어느 날은 “요즘 일 잘하네”라는 칭찬까지 들었다.

인간관계도 결국 기술이다

데일 카네기의 책은 여전히 내 책상 한구석에 꽂혀 있다.

회사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하지만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사람 때문에 밤잠을 설칠 만큼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저 사람이 문제라고, 저 사람만 없으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나의 대응 방식이었다는 것을.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사람 때문에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그들을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바꿀 수 있다.

바로 당신이 대응하는 방식이다.

비난 대신 인정을, 무조건적인 수용 대신 현명한 거절을,

논쟁 대신 질문을 선택해 보자. 인간관계도 결국 기술이다.

배우고 연습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100년 전의 카네기가 건넨 조언이 오늘 출근길이 버거웠던

당신에게도 작은 무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람은 바꿀 수 없지만, 당신의 대응은 언제든 바꿀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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